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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의 운명'2/오정순 수필/스폰지/나팔꽃/빈손/모든 것에는 의미가 있다/행복하게 사는 법 그의 이름은 스폰지이다. 그는 위엄을 떨지 않으며 준엄하게 위압하지도 않는다. 언제나 자신을 비우고 부드럽고 편안하게 남을 기다린다. 공의 사상으로 다져진 그의 성미는 밀어낼 줄을 모른다. 물을 엎지르며 인내를 시험하는데도, 아는지 모르는지 말없이 적셔 간다. 더 품을 수 없을 때까지 견디다가 한 귀퉁이로 조금식 흘려 보내는 모습에 숙연해진다. 부딪쳐도 소리없이 자리를 비켜 주거나 나동그라질 뿐이다.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촉촉한 성품을 흡인하는 실력과 압력을 참아내는 데는 감히 따를 자가 없다. 넓지 않아도 좋다. 검은 씨앗 하나 품을 땅이면 족하다. 돌벽에 뚫린 물구멍으로도 고개 내밀고 하늘 향해 부지런히 달리고 싶어하는 열망, 삶의 방향이 불투명한 날의 해를 맞으면서도 휘청거리는 몸짓으로 펼치기 좋.. 2022. 11. 21.
'줄의 운명1'(오정순)/오정순 수필선/'줄'에 얽힌 우리 인생 '줄'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 삶의 이기가 되고 문화가 되고 '줄'은 삶 그 자체다. 저자의 높고 깊은 관찰을 통해 우리 삶을 들여다보면서 따스한 온기를 느낀다. 끊고 이으며 관계를 돕고, 묶거나 엮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기도 하는 줄의 운명 사람은 금줄로 출생신고를 하고, 이름과 함께 줄과 인연을 맺게 된다. 고무줄, 줄넘기, 줄다리기, 연줄과 같은 놀이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때론 나란히 서기, 버스 기다리기를 하며 줄을 통한 생활 학습이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줄을 이용해서 생활도구로 쓰기 시작하며 문명의 흐름을 타기도 했다. 철사줄로 옷걸이를, 새끼줄로 야채를 묶고, 전선을 길게 늘여 도구를 움직이지 않고 쓸 수 있게 되었다. 어찌 보면 줄로 시작해서 죽는 날까지 줄과 연을 끊지 못하는 우.. 2022. 1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