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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화두가 있는 칼럼

‘건물에서 발견한 삶의 지혜’/지진/트루키예/에르진/감정평가사/내용년수/내진설계

by 100점짜리 인생 2023.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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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트루키예의 대지진이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적이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피해자들과 사상자들. 건물붕괴로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 그들은 가족들을 찾지 못해 추운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런데 같은 지진대에 속했지만 아무런 건물붕괴도 사상자도 없는 도시가 있어 화제였다. 에르진이라는 이름의 도시. 그 이유가 궁금했다. 신임 시장의 탁월하고 분명한 원칙으로 불법건축물을 불허하고 내진설계를 강화했다고 한다. 지진을 대비하고 지진에 무너지지 않는 설계를 의무화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진가가 이번 대지진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가전문자격사 가운데 감정평가사가 있다. 감정평가는 토지 및 건축물 등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건축물의 경제적 가치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 중에 하나가 내용년수이다.

몇년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그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그에 합당한 소재와 방법으로 건물짓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래야 건물의 건물가치도 클 것이다. 게다가 건물환경이 지진이 빈번한 곳이라면 내진설계는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 삶을 하나의 건축에 비유한다면 어떨까. 요즘 100세대, 130세대 하면서 건강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건강이 이슈가 되지 않은 때가 없었지만 요즘은 특히 그러하다. 장수시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의 표출이다.

하지만 우리 삶의 내용년수는 어떠할까. 130세대가 맞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죽음 이후는 고사하고 죽음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죽음을 생각한다면 우리 삶의 인생건축은 달라질 것이다.  삶의 참된 의미와 목적을 도외시한 채 삶을 짓지 않을 것이다. 때때로 찾아오는 삶의 참된 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자문에 귀를 닫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삶은 실제 트루키예처럼 지진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 삶을 뒤흔드는 일들을 별안간 만날 수 있다.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당하거나 예기치 않은 큰 병이 발견되었을 때 마음은 혼란스럽다.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도 자녀들의 크고 작은 일탈, 부모님과 형제간 갈등으로 늘 마음은 요동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 인생은 크고 작은 문제의 연속이다. 끊임없는 흔들림이다. 그래서 우리 삶을 건축할 때도 이런 삶의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는 내진설계가 필수적이다. 그보다는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늘 불안정하고 불완전함을 인지해야 한다. 나아가 내 스스로가 불완전한 존재이지 않던가. 트루키예 대지진 속에서 삶의 건축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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