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여름이 끝나고 가을로 접어드는 절기에 불청객을 자주 맞는다. 남태평양에서 발달한 태풍이 그것이다. 태풍은 뜨거운 열기의 바다 수증기를 한껏 끌어 올려 세기를 더하고, 북으로 기수를 돌려 한반도를 집어 삼키곤 했다. 그가 동반한 폭우와 침수, 해일로 온 국토를 할퀴고 이재민들에게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되었다.
2022년 9월, 추석을 앞두고 찾아온 태풍 힌남노는 다른 태풍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대개 태풍은 북상하면서 그 세력이 약화되는게 일반적이다.
특히 북위 30도를 지나면서 그 세력이 꺾인다고. 그런데 힌남노는 북위 30도를 지나서 더욱 그 위력을 더하는가 아닌가. 북상하면서 속도마저 더욱 빨라졌다.
이로 인해 한반도는 초긴장상태에 빠져들었다. 대통령도 대통령실에서 꼬박 밤을 새며 대기한다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태풍은 기차도 탈선시킬 정도라니 호들갑을 떨만도 했다.
그뿐인가. 한반도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태풍 반경 400에서 500 킬로미터까지 미친다고 하니 혀를 내두를 정도다. 작은 바람이 뜨거운 수증기와 만나 태풍이 되고, 또 그것이 40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놀랍다. 4차 산업혁명의 놀라운 기술발달에도, 인류의 대자연의 위력 앞에 미약하기만 하다.
실제 힌남노는 제주, 부산, 포항으로 해서 동해로 빠져 나갔다. 그러면서 나무가 뽑히고, 주차장이 물에 잠기고, 안타까운 인명피해도 있었다. 며칠 전 회사 뒷산을 오른 적이 있었다. 팔각정이 엎어져 있고, 큰 나무가 뽑히고, 깊은 골짜기에 생긴 것을 보았다. 태풍에 동반된 폭우, 그 위력을 눈에 보는데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태풍 힌남노의 위력과 그 영향을 보면서 문득 생각난 것이 있다.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태풍만이 아니다. 때론 어마무시하게 영향을 준 태풍같은 것이 있다.
그런데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것은 어떤 면에서 태풍보다 더 강력하다. 태풍은 시간적으로 해당 시간에만 영향을 미치듯 아주 제한적이다. 이에 반해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그 무엇인가는 때론 수십 년, 아니 전 인생에 걸쳐 영향을 준다. 송두리째 내 삶을 뒤 흔들기도 하고, 큰 공감과 감동으로 내 인생 전 영역에 걸쳐 영향을 끼친다.
중학교 시절 영어선생님은 늘 제 마음 한 켠에 계신다. 중학교 1학년 때 그 분을 만나 어색하고 어려웠던 그 시절을 잘 보낼 수 있었다. 중학교에 잘 적응하도록 큰 도움을 주신 선생님 중에 선생님. 선생님은 선생님 이상이셨다.
몇년 전 졸업 이후 30여년 만에 선생님을 만나뵈었다. 영어선생님이셨는데, “언어는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창”이라며 말씀해 주셨다. 30여 년이 지났지만, 선생님 말씀은 제 영혼에 깊은 울림으로 지금까지 자리 잡고 있다. 사랑과 감사의 깊고 큰 영향을 주셨다.
무섭고 슬픈 영향을 주는 태풍과는 비교가 안되는 감동의 그 영향력. 마음 속 잔잔한 태풍이 오늘도 내 영혼에까지 분다.
'BOOK REVIEW > 화두가 있는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의 보편적 가치/참다운 가치, 누구에게나 있다/미래가치/ (0) | 2022.11.07 |
---|---|
'소리가 너무 크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상대방과 소통하는 법/마음열고 내 목소리를 낮춰야/ (0) | 2022.10.25 |
뮤지컬 ‘합체’/장애는 불완전일뿐/장애를 극복하는 법/마음먹기 달렸다/ (0) | 2022.09.18 |
'뇌과학으로 본 몰입'(화두가 있는 칼럼)/‘몰입2’(저자 황농문)/엔트로피법칙/슬로우씽킹/뇌의 목표지향 메카니즘 (0) | 2022.07.27 |
'인생은 높이뛰기'/우상혁선수/스마일점퍼/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아픔과 고통조차도 그를 빛나게 한 윤활유/ (0) | 2022.07.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