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AI 시대, 우리는 무엇을 볼 것인가.
최근 의료기술 분야의 발전은 놀랍다. 로봇을 활용한 수술과 재활기술이 대표적 사례다. 다빈치는 몸 안에 직접 삽입되는 로봇으로서 시술자가 직접 시술하는 것과 같이 수술한다. 시술자에게 10배~15배 확대된 입체영상을 전달하고, 시술자의 움직임을 5㎜~8㎜의 작은 로봇 팔에 전달함으로써 기존의 불가능했던 수술을 가능케 했다. 이외에도 제어기능, 로봇 내시경으로 최소한의 부위 수술로 높은 수술성공률과 함께 재활속도도 빠르다.
그러나 어디 AI 기술에 비할 수 있으랴. 국내 보험사가 최초 개발한 AI 휴먼은 딥러닝 기반의 영상 합성기술을 통해 사람과 실시간 대화까지도 가능하다. 그뿐인가. AI가 음식 조리도 직접하고 손님에게 배달까지 한다. 이런 기술발전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생활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 주었다.
그런데 이런 AI 기술발전 속도가 코로나 19 팬데믹에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한다. 감염병에 걸리지 않고 인간과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생산성 때문이다. 노사분규, 인건비, 복지비 없는 3무(無)의 저비용, 고효율의 경제학적 측면에서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AI 기술은 종전 과학기술과는 그 궤를 달리함을 주목해야 한다. 종전 기술발전은 노동시장과 자본시장이 함께 성장했다. 자본을 바탕으로 기술이 개발된 곳에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 하지만 인지능력이 있는 AI 기술은 근본적으로 인간이 하던 일을 빠르게 대체한다. 기술속도만큼 갑자기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 일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단지 돈벌이의 수단이 아니다. 존재 의미, 자기 정체성,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게 일이다. 아울러 사회적 관계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 가치를 일깨워 준다.
또한 AI 기술은 인간의 로봇화, 포스트 휴먼(인간 이상의 존재, 인간의 기술 혹은 기계와 결합한 새로운 인식을 갖춘 인간상)의 출현을 경고한다. 새로운 인간상이라니. 인간은 본래 어떤 존재인가 라는 정체성 혼란은 명약관화하다. 일자리 상실과 함께 인간다움의 상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에게는 기계와 달리 생로병사의 삶과 희로애락의 감정이 있다. 그래서 삶의 의미와 존재 목적 등 본질적 가치를 끊임없이 사랑을 먹고 산다. 이것이 인간다움이요 삶의 뿌리이고 기초다.
인간이 본질적 가치를 상실한 채 기계의 노예되면 그 AI 기술이 무슨 소용 있단 말인가. 스마트하고 초지능 IOT 건물이면 무엇하랴. 본질적으로 기초가 부실하면 무너질 것을. 아무리 화려하고 많은 열매를 맺는 나무인들 무엇하랴. 뿌리가 약하면 무너질 것을. 인간의 본질적 가치를 도외시하고 생산성과 효율성, 탐욕적 자본주의에 매몰된 무분별하고 급속한 AI 기술발전을 경계하는 이유다.
지난해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조직관리 과정을 이수한 적이 있다. 조직은 목표를 달성하고 회사의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관리기술이 필요하다. 리더십과 소통, 건설적 피드백의 기술이 그렇다. 그러나 이런 기술보다도 더 가슴 깊이 다가온 것이 있다. 사람은 목표달성을 위한 기계의 부속품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서 소중하다. 그런데 일에 쫓기고 목표에 미달되면 이를 잊곤 한다. 그때마다 사람을 기계 부속품으로 대하는 자신의 실상을 목격한다. 이런 내게 한지우 작가의 "AI는 인문학을 먹고 산다"는 큰 울림이 되었다. 직장 동료가 누군가의 아들, 딸처럼 사랑스럽게 보였다. AI 기계와 다를 바 없던 내 영혼에 사랑의 온기가 흐르는 순간이었다.
백범 김구 선생이 1947년 발표한 "나의 소원"에는 우리 민족에 대한 소원과 그의 혜안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기술을 가르치되 본질적으로 철학을 기초로 해야 한다고 한 부분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절대빈곤의 당시에도 인의(仁義)에 기초한 사랑의 문화를 강조한 그의 혜안이 놀랍다. 그렇지 않을 때 그 기술이 도리어 인간에게 해가 된다고. AI 시대, 그의 혜안이 우리 모두의 혜안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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