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119) 사랑이란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여기에는 몇가지 설이 있다.
어떤 학자는 사랑이 살다(활活)의 명사형일 것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나는 생각할 사思와 헤아림 量을 의미하는 한자 양(량)을 조합한 '사랑'에서 사랑이 유래했다는 설을 가장 선호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랑을 하면 상대에 대한 생각을 감히 떨칠 수 없다. 상대의 모든 것을 탐험하려 든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상대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우주, 하나의 시대이므로...
몇몇 언어학자는 사람, 사랑, 삶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같은 본류를 만나게 된다고 주장한다. 세단어 모두 하나의 어원에서 파생했다는 것이다. 세 단어가 닮아서일까. 사랑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사랑이 끼어들지 않는 삶도 없는 듯하다.
삶의 본질에 대해 우린 다양한 해석을 내놓거나 음미하기를 좋아한다. 헤밍웨이는 "인간은 파괴될 수 있으나 패배하진 않는다"고 했고 어느작가는 "작은 인연과 오해를 풀기 위해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읊조렸다.
"우린 다른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영화대사도 한번쯤 되새길 만하다.
나는 어렵게 이야기하기보다
'사람', '사랑', '삶'
이 세 단어의 유사성을 토대로 말하고 싶다.
사람이 사랑을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
그게 바로 삶이 아닐까?
(P. 130) 대체할 수 없는 존재
찬바람이 불던 늦가을, 편의점에서 물건을 고르는데
40대 초반쯤 돼 보이는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사내가 낡은 모자로 작업복에 묻은 흙을 탈탈 털어낼 때마다 뿌연 먼지가 일었다. 힘겨운 하루를 보낸 듯 했다.
잠시 뒤 그는 갓 구워진 즉석 과자를 집어 들었다.
꼬깃꼬깃한 지폐를 꺼내 계산을 마친 사내는 우툴두둘하고 커다란 손으로 과자를 받아 들더니 점퍼 안으로 조심스레 집어넣었다. 과자가 식지 않은 상태로 아이들에게 주려는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별안간 김중식 시인의 시구가 뇌리를 뜨겁게 달구었다.
시인은 '완전무장'이라는 시에서 "낙타는 전생부터 지 죽음을 알아차렸다는 듯 두개의 무덤을 지고 다닌다"고 노래했다. 사막을 가로지르며 살아야 하는 낙타의 슬픈 숙명을 시에 담담히 담아낸 것이다.
어쩌면 저 사내도 황량한 사막을 매일 횡단하는 낙타처럼,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가족을 위해
오아시스에 대한 흐릿해져 가는 기억을 붙잡은 채 쑤신 무릎을 부여잡으며 살고 있는지 모른다.
어찌 보면, 퇴근길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아버지들의 뒷모습은 사막 한가운데에 서 있는 낙타를 닮았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영화가 있다.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뒤바뀐 사실을 알게 된 두 아버지의 사연을 밑그림으로 삼는 이야기다.
영화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합의를 통해 아이를 바꿔 키우기로 한 두 아버지가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다 자녀 교육에 대한 인식 차이를 확인하는 대목이 있다. 이때 상반된 성격의 두 인물이 이런 대사를 주고 받는다.
A :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중요해요
B : 그런 그렇지만 회사에서 제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이 많습니다.
A : 아버지라는 일도 다른 사람은 못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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