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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함께 쓰는 시61

윤동주의 '십자가'/죽도록 사랑하는 일/그런 일이 있는 사람/행복한 사람이란 누구인가 어떤 사람이 행복한 사람인가? 십자가는 고통입니다. 처절한 고통입니다. 그러나 목숨을 던질만큼, 죽을만큼 사랑하는 십자가라면 그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한번 태어난 인생, 자기 목숨을 내 놓을 수 있는 일을 만나는 것, 그것이 행복이 아닐까요.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2022. 6. 7.
'부부공저 시집(여름)'/'폭포'/폭염속 시원함을 맛보다/장충단공원에서 피서. 장충단공원에서 러닝하다가 작은 폭포에게서 폭염의 여름가운데 모두에게 시원함을 주고, 쉼과 위로를 더하는 폭포의 비밀들에 빠진다. 한 없는 추락, 물은 그렇게 자신을 던진다. 그 높은 곳에서 곤두박질 하는 그 순간 얼마나 두려울까. 끝없는 나락 보이지 않는 심연 속으로 내던져지는 그는 얼마나 무서울까. 추락 속에서 그의 몸은 갈기 갈기 찢어지고 부서지는 순간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그러나 그는 안다. 추락하는 곳에서 시원케 하는 생명이 피어나는 것을.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 누군가의 고통이 치유되고 쉼과 위로가 된다는 것을. 그렇게 그는 폭염 속에서도 시리도록 차가운 연기로 태어난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화마같은 여름에 몸을 던지면서. 2022. 6. 3.
<부부공저 시집(여름)> '보이지 않는 손'/배려와 섬김/내 삶이 아름다운 이유 동대입구역으로 가는 길 옆. 장미와 작은 나무 가지들이 예쁘게 꽃단장을 했나보다. 가시에 찔리지 않고 가지에 넘어지지 않도록 그 누군가의 예쁜 손길이 미소짓게 한다. 찰랑거리며 불어오는 바람에 시원함 마저 더해져 출근길 발걸음이 행복하다. 그러던 어느 날 장갑도 없이 길가까지 내려 온 장미덩쿨과 나무가지들과 씨름하시는 할아버지 손길. 굽어진 허리 주름진 손등 눌러쓴 모자까지. 할아버지의 보이지 않는 손길. 보는 이 알아주는 이 없는데도 땀흘리는 그의 모습은 고결하기까지 하다. 장미 가시에 상처를 입을까 나무가지에 걸려 다칠까 염려하는 할아버지의 심정 때문이었을까. 풍진 세파에 찔리고 다친 아픔에 다치지 않길 바라는 사랑때문이었으리라. 가로수 길에서 깊은 주름 만큼 깊은 삶의 아름다움을 본다. 내 삶이 아.. 2022. 5. 31.
윤동주의 '서시'/별처럼 아름답게 사는 법/미움없이 사랑하며 살아가는 법/인생은 자기의 길을 것 죽음 앞에서도 의연하고 부끄럼없는 살려고 했던 시인. 그리고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고자 하는 시인에게서 일제에 대한 미움을 극복한 고차원의 큰 사랑에 숙연해진다. 내 어린 자녀조차 온전히 마음으로 사랑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고 사랑할 힘을 얻는다. 주권과 자유마저 빼앗긴 어두운 시절에도 주어진 길을 걸어가며 별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은 별처럼 빛나고 아름답다.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2022. 5. 28.